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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하려면 생니를 네 개는 뽑아야 한다"는 말, 한 번씩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약 30년 전까지만 해도 교정 환자의 상당수가 건강한 치아를 뽑는 발치 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교정 기술과 진단 장비가 발전하면서, 치아를 뽑지 않고도 가지런한 치열과 재치열을 만드는 비발치 교정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과거와 현재의 발치 교정 비율 변화를 개념적으로 보여 줍니다. 절대적인 수치는 병원·환자 구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발치가 기본이던 시대'에서 '비발치를 먼저 검토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흐름은 분명합니다.
핵심은 공간 부족입니다. 치아가 가지런히 배열되려면, 치아가 심기는 잇몸뼈(치조골)에 그만한 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턱뼈의 크기에 비해 치아의 개수가 많거나 치아가 놓이기에 공간이 부족하면, 치아가 울퉁불퉁하게 나거나 앞으로 튀어나오는 돌출 증상이 생깁니다. 과거에는 이 부족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치아 몇 개를 뽑는 방식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공간이 부족해진 데에는 식생활의 변화도 얽혀 있습니다. 현대인은 음식을 부드럽게 익혀 먹으면서 턱뼈에 가해지는 자극이 줄었고, 그 결과 턱뼈와 얼굴이 작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즉 치아 크기는 큰 변화가 없는데 그것을 담을 턱뼈의 공간은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치아가 들어갈 자리가 모자라게 된 것입니다.
답은 기술의 발전입니다. 과거에는 부족한 공간을 발치로만 해결했지만, 지금은 잇몸뼈 공간 자체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이 발전했습니다.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굳이 건강한 치아를 뽑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비발치 교정에서 가장 유리한 시기는 턱뼈가 한창 자라는 성장기입니다. 이 시기에 소아 교정으로 치아가 배열될 공간을 미리 넓혀두면, 자라서 본격적인 교정을 할 때 발치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2차 교정 자체를 생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비발치 교정이 늘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발치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돌출입입니다. 입이 앞으로 나와 보이는 돌출입을 개선하려면 앞치아 전체를 뒤로 넣어야 하는데, 이때 그 이동 공간을 만들기 위해 발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입을 안으로 많이 넣고 싶은 분일수록, 비발치만으로는 원하는 변화를 만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비발치 교정을 설명하면 많은 분이 걱정하십니다. "잇몸뼈를 넓히면 얼굴이 커지는 거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얼굴 크기는 커지지 않습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어떤 뼈를 넓히는가'를 구분해야 합니다.
얼굴의 전체적인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광대뼈와 아래턱뼈입니다. 반면 교정에서 넓히는 것은 이 뼈가 아니라, 치아가 심겨 있는 치조골 영역입니다. 그리고 어금니와 볼 사이에는 원래 비어있는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범위 안에서 치조골을 넓히는 것은 얼굴 생김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발치와 비발치는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 적절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발치를 해야 하는 치아를 억지로 비발치로 마무리하면 입이 다시 나오거나 치아가 잇몸뼈 밖으로 밀려나올 수 있고, 반대로 필요 없는 발치를 하면 건강한 치아를 잃게 됩니다. 그래서 정밀한 진단(X-ray, 구강 모형 분석, 얼굴 골격 측정 등)을 바탕으로 교정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발치 교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손해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교정에서 발치의 대상이 되는 치아는 대개 앞니에서 네다섯 번째에 위치한 작은어금니로, 이 치아를 뽑아 만든 공간을 이용해 앞니 전체를 안정적으로 뒤로 넣을 수 있습니다. 뽑은 자리는 교정이 진행되면서 앞뒤 치아가 이동해 자연스럽게 메워지므로, 치료가 끝난 뒤에는 빈 공간이 남지 않습니다. 즉 발치가 필요한 경우라면 발치는 치아 배열과 입 모양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된 선택이지 무조건 피해야 할 결과가 아닙니다. 반대로 공간이 충분한데도 관행적으로 발치를 권한다면, 비발치 가능성에 대해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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